국제법 현안 B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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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범죄에 대한 ICC관할권 행사개시 결정
2018-제1호 등록일    |            조회   |   643        댓글    |   0


최 태 현 (한양대학교 교수)

1. 관할권행사 개시결정 결의의 채택

2017년 12월 4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16차 국제형사재판소(ICC)규정(Statute) 당사국총회의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특히 마지막 날인 14일 자정을 넘어선 시각에 드디어 침략범죄에 대해 ICC가 관할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는 역사적인 결의가 채택되었다.1)
2010년 6월에 우간다의 Kampala에서 개최된 재검토회의에서는 로마규정을 개정하여 침략범죄에 대한 새로운 조항들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개정된 로마규정은 침략범죄에 대해 정의를 하고 있는 제8조 bis와 침략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 행사요건을 정하고 있는 제15조 bis 및 제15조 ter를 새로이 포함하게 되었다.2)
그런데 캄팔라개정조문은 특이하게 ICC의 침략범죄에 대한 관할권 행사개시 시기를 빨라야 2017년 1월 1일 이후로 연기하고 있었다. 개정조문에 따르면, 침략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 행사는 ‘2017년 1월 1일 이후에 당사국들이 결정한 시점’이나 ‘침략범죄 개정을 수락하는 국가들의 30번째 비준서가 기탁된 후 1년이 지난 시점’ 중 더 늦은 시점에 개시되도록 정해져 있다. 이미 2016년 6월 27일 팔레스타인이 침략범죄 개정조문의 30번째 비준국이 됨으로써, ICC의 침략범죄에 대한 관할권 행사는 2017년 6월 27일 이후에 당사국들이 결정하는 시점에 개시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제16차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기간인 2017년 12월 6일 파나마가 35번째로 침략범죄개정조문을 비준함에 따라 제16차 ICC규정당사국총회에서는 이제야말로 이러한 개시결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러한 각국의 인식이 모아져 관할권행사개시(activation) 결의가 콘센서스로 채택되었다.

 

2. 결의의 내용

결의는 본문에서 총 4개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제1항은 “2018년 7월 17일자로 침략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 행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는데, 이 관할권행사개시시점은 로마규정 채택 20주년에 해당하는 날짜를 고려하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제2항은 “캄팔라재검토회의에서 채택된 침략범죄관련 개정조문은, 로마규정에 따라, 이 개정조문을 수락한 당사국에 대해서 그들의 비준서 또는 수락서가 기탁된 후 1년이 경과한 후에 발효한다는 것과 당사국 회부의 경우 또는 독자적인 수사개시의 경우 ICC는 이러한 개정조문을 비준하지 않거나 수락하지 않은 당사국의 국민이 행하거나 그러한 당사국의 영역에 대해서 행해진 침략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로마규정 제121조 제5항의 제1문과 제2문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이 조항의 문구만으로 해석하는 경우 개정조문을 비준하지 않은 당사국이 행한 침략행위와 관련된 침략범죄에 대해서는 ICC가 관할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일응 ICC의 관할권 행사범위를 상당히 축소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제3항은 “ICC재판관의 사법적 독립성과 관련하여 로마규정 제40조 제1항 및 제119조 제1항을 재확인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 조항이 포함하게 된 배경과 함의는 위 제2항과 관련하여 분석할 수 있는데, 제2항과 제3항의 구체적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마지막 제4항은 “침략범죄에 관한 로마규정개정조문을 아직 비준 또는 수락하지 않은 모든 당사국은 이를 비준 또는 수락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3. ICC의 관할권행사범위에 대한 의견 상충

캄팔라회의 이전 침략범죄 성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제121조 제5항 제2문의 해석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다. 즉, 침략국이 개정조문을 수락하지 않는 한, 피침략국이 개정조문을 수락하였더라도 ICC는 침략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negative understanding)과 침략국이 개정조문을 수락하지 않았더라도 피침략국이 이를 수락하였다면 ICC규정 제12조 제2항에 따라 ICC가 침략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positive understanding)으로 의견이 대립하였다.
개정조문을 채택한 캄팔라결의 제1항에 따르면, 침략범죄 관련 조항은 ICC규정 제121조 제5항에 따라 발효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121조 제5항 제1문에 따르면, 이 개정조문을 비준한 당사국만이 비준서가 기탁된 후 1년 후에 이 개정조문에 구속된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문제로 된 것은 ICC의 관할권행사요건을 정함에 있어서 제121조 제5항 제2문이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 해석이 상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캄팔라회의에서 침략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행사요건으로서 국가동의가 필요한지의 쟁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타협의 산물로 제15조 bis 제4항이 도입되었다. 제15조 bis 제4항에서는 事前에 관할권 배제(opt-out)를 선언하지 않은 로마규정 당사국이 행한 침략행위와 관련하여 ICC는 자동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듯이 규정하고 있다.


(1) 관할권행사범위를 넓게 보는 입장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등 대다수의 국가는 침략범죄와 관련하여 ICC의 관할권행사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이 입장에 따르면, 개정조문인 제15조 bis 제4항은 로마규정 당사국인 ‘침략국’이 개정조문을 비준하기 전에 관할권 배제선언을 하지 않는 경우, 로마규정 제12조가 적용되어, 특히 제12조 제2항의 관할권체제가 적용되어, 피침국이 개정조문을 비준 또는 수락하였다면, ICC가 그러한 침략범죄에 대하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를 Positive Understanding에 근거한 Single Ratification 체제의 도입이라고 부른다.
이 입장에 따르면, 발효와 관련하여서는 제121조 제5항 제2문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왜냐 하면 제121조 제5항 제2문의 법적 효과가 ICC규정의 당사국으로 하여금 실제로 Negative Understanding의 입장을 취하게 하는 것(Double Ratification을 요한다는 것)이라면, 이러한 법적 효과는 캄팔라회의에서 새로운 타협의 산물로서 도입된 제15조 bis 제4항 상의 관할권 배제(opt-out)선언제도 도입에 부여된 가치를 손상할 것이기 때문이다.3) 더욱이 제15조 bis 제4항의 핵심은 ICC는 원칙적으로 제12조에 따라서 침략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만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략국인 로마규정당사국의 개정조문에 대한 비준뿐 아니라 로마규정당사국인 피침국의 개정조문에 대한 비준까지 요한다는 해석은 제12조 제2항에 구현되어 있는 원칙(ICC가 관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범죄발생지국 또는 피고인의 국적국 중 한 국가만이라도 로마규정의 당사국이면 된다는 원칙)을 완전히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 관할권행사범위를 좁게 보는 입장

ICC의 관할권행사요건과 관련하여 일부 국가는 ICC의 관할권 행사범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또다시 제121조 제5항 제2문을 중시하고 있다. 제15조 bis 제4항보다는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제121조 제5항 제2문상의 권리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노르웨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일부국가는 캄팔라결의 제1항에서 침략범죄와 관련된 조항들은 ICC규정 제121조 제5항에 따라 발효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제121조 제5항 제2문도 당연히 적용된다는 입장을 가진다. 사실 엄격히 말하자면, 제121조 제5항 제2문은 발효와 관련한 조문이 아니다. 어쨌든 이 조문이 적용된다는 입장에 따르면, 침략범죄 범죄발생지국이나 피고인의 국적국 중 어느 한 당사국이라도 개정조문을 수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침략범죄에 대해 ICC는 관할권을 가질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은 소위 Negative Understanding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 견해에 따르면 침략범죄와 관련하여‘로마규정의 당사국’간에는 침략국과 피침략국 모두가 개정조문을 비준 또는 수락한 경우에만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Double Ratification체제의 도입이라고 부르는데, 침략범죄와 관련하여 ICC의 관할권 행사범위를 상당히 축소하고 있는 입장이다.


4. 결의 채택의 경위

ICC의 관할권행사개시 결정을 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자, 각국의 입장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가지 입장으로 분명하게 나누어졌다.4)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입장을 발표한 모든 국가는 이러한 결의는 콘센서스(concensus)에 의해 채택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관할권행사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국가들은 콘센서스에 의한 결의채택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 반면, 관할권행사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대다수의 국가들은 콘센서스를 얻기 위한 절충적 견지에서 ICC규정 당사국이 침략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opt-out선언을 하여야 하지만, 이러한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기 보다는 이 당사국총회에서의 입장표명시 또는 이 회의 종료 후 일정기간 내에 ICC의 관할권행사범위를 좁게 본다는 의사를 표명한 국가에 대해서는 이러한 의사표명을 공식적 opt-out선언으로 간주한다는 방식을 양보안으로 제시하였다.
결국 오스트리아의 조정자(facilitator)가 이를 바탕으로 discussion paper를 작성하여 논의를 계속하여 갔지만,5) 각국은, 특히 관할권행사범위를 좁게 보는 영국 및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기존의 입장을 결코 양보하지 않아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게 되어 콘센서스에 의한 채택은 요원해 보였다.
결국 이날 저녁 9시경 당사국총회의 두 부의장이 최종안을 제출하였고, 최종적으로 이 제안을 그대로 채택하던지 아니면 투표에 회부한다고 선언하였다. 논의과정에서 영국 및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결의안 제3항의 내용을 삭제하거나 전문(preamble)으로 옮길 것을 요청하였지만, 팔레스타인 및 슬로베니아 등 국가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자, 결국 부의장안인 최종안이 그 다음날 0시 40분경 콘센서스로 채택되었다.


5. 평가

채택된 결의의 내용을 보건대, 제2항의 내용만을 보면,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관할권행사범위를 좁게 보려는 입장, 즉 캄팔라개정조문을 비준하지 않은 로마규정당사국의 국민이 행하거나 그 영역에 대해 행해진 침략범죄에 대해서는 ICC가 관할권을 갖지 못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결의에는 반드시 이러한 입장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 이 결의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1조 제3항에 언급되어 있는 ‘후속 합의’ 또는 ‘후속 관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6) 결의 제2항이 ICC의 관할권행사범위를 좁게 보려는 일방의 법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자적 외교교섭에서는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흔하게 있는 것이고 따라서 또다른 가능한 해석을 포섭하기 위하여 자국이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을 수락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더욱이 제2항의 내용은 회의에 참가한 당사국 다수의 실제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지도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수의 당사국들은 오히려 결의가 채택된 후 자국 입장을 밝히는 단계에서 자신의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였다. 결국 당사국총회가 채택한 공식적 결의의 내용과 다수 당사국의 실제의 법적 확신 간에 괴리가 있는 듯이 보인다.
둘째, 결의 제2항의 내용은 캄팔라개정조약 제15조 bis 제4항의 내용(로마규정의 당사국이 침략범죄와 관련하여 ICC의 관할권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미리 opt-out선언을 해야 함)과 상반된다. 제2항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단지 제121조 제5항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제15조 bis 제4항의 내용을 새로이 해석하거나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더욱이 후자의 내용을 개정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셋째, 이 결의에서는 제2항과는 별도로 ICC재판관의 사법적 독립을 보장한다는 제3항을 의 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제3항의 핵심은 침략범죄에 대한 관할권행사범위를 결정하는 주체는 재판부 자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이 결의의 내용 중 제3항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제3항의 존재로 인하여 대다수국가들이 제2항의 포함을 인정하고 콘센서스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ICC재판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정식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관할권행사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즉 ICC재판부는 반드시 제2항의 내용에 구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6. 한국에 대한 함의

캄팔라개정조약 제15조 bis 제5항에 따르면, 캄팔라개정조약의 비당사국과 관련된 침략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침략범죄에 대해서는 ICC가 관할권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캄팔라개정조약의 비당사국인 북한이 로마규정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을 침략하는 경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북한을 침략하는 경우에도 ICC는 관할권을 갖지 아니한다. 설사 대한민국 또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당사국 회부’ 또는 ‘소추관의 독자적 수사’의 경우에만 타당하다.
‘안보리 회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UN안보리가 안보리의 결의에 의하여 ICC에 침략범죄를 포함하는 상황을 회부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비당사국’조건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개정조약의 당사국이든 아니든 간에, 침략국의 지도자는 언제든지 ICC법정에 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있는 경우 안보리가 이를 침략으로 인정하여 ICC에 회부하면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보리 결의의 채택에는 거부권이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번 결의채택의 의의는 ICC가 침략범죄를 단죄하기 위하여 관할권행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쟁억지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데 있다.



필자 소개
최태현 교수는 대한국제법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법 현안 Brief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대한국제법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참고자료
1) ICC-ASP/16/Res.5(2017. 12. 14).
2) 캄팔라에서 개정된 침략범죄 관련 조문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최태현, “ICC규정 침략범죄관련 조항의 채택과 함의”, 서울국제법연구 제17권 제2호(2010), pp. 120-143 참조.
3) Claus Kreβ and Leonie von Holtzendorff, “The Kampala Compromise on the Crime of Aggression”, 8 Journal of International Criminal Justice 1179 (2010), p. 1213.
4) 이 회의 이전에 이미 각 당사국의 입장을 요약해 놓은 자료로는 the Report on the facilitation on the activation of the jurisdiction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over the crime of aggression, ICC-ASP/16/24 (2017, 11. 27).
5) ICC-ASP/16/L.9 (2017.12. 13).
6) 이와 반대되는 견해로는 영국대표단의 법률자문가인 Dapo Akande교수를 들 수 있다. Dapo Akande, “The Inter- national Criminal Court Gets Jurisdiction over the Crime of Aggression”, https://www.ejiltalk.org/the-international-criminal-court-gets-jurisdiction-over-the-crime-of-aggression/ (2018. 2. 22 방문).

 

첨부파일 국제법 현안 Brief_2018-01.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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