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인사말
존경하는 대한국제법학회 회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2025년 제52대 대한국제법학회의 회장을 맡게
된 박병도입니다.
대한민국의 법학분야에서 최초로 설립되어 70년이 넘는 훌륭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최고‧최대 학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1953년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던 전쟁 중에 학회를 설립했다는
사실은 국제법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국가주권을
수호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어나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국제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한국제법학회가 수행한 역할은 매우 자랑스러운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을 가슴에 새기며 자랑스러운 전통과 업적을 이어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학회를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국제법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과 염려가 앞섭니다. 한국에서 국제법은 교육, 학문(연구) 및 실무 등 3분야 모두에서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부와 로스쿨에서 국제법 교육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학부에서 국제법 교육은 계속 축소되고 있으며, 로스쿨에서 국제법 교육은 본래의 목표를 상실하고 변호사시험 준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더불어 학문으로서 국제법 연구도 위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절실한 것은 대한국제법학회가 국제법 연구와 교육의 발전을 위해 튼튼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입니다. 국제법 교육과 연구 활동에서 떨어진 활력을 되찾는 데 생명력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회를 운영하겠습니다. 학회가 중심이 되어 학술행사를 통해 즐거운 학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학회가 계속하여 국제법의 발전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복잡하고도 도전적인 시급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력충돌을 비롯한 인권보호, 분쟁해결, 통상문제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으로 등장한 새로운 문제들도 국제법의 공간을 넓히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인공 지능(AI), 사이버 안보 등은 국제법의 작동이 필요한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이며 그 해법이 간단하지 않은 현안 과제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들의 해법을 찾는 출발점은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법은 국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최소한의 공통분모로 검증된 공통 언어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새로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국제법에 대한 존중이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고, ‘AI 대부’라고 알려진 Geoffrey E. Hinton 토론토대 교수는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면서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고 하면서 향후 30년 이내에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이 10~20%에 이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진단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실로 닥쳐올 일이라면 AI 관련 문제에 국제법이 더 깊이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미래의 불확실성과 AI의 상업적 경쟁이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이 AI로 인한 인류 멸종 위기에 대응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국제법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평화, 안보, 번영을 가져오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불확실성이 짙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국제법을 따라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입니다. 국제법은 향후 AI 문제에 더 개입을 해야 하며, AI 거버넌스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데 국제법은 해답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던질 것입니다만 전지구적이고 복잡한 다면적인 AI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명확성, 예측 가능성, 신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가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AI의 도구성과 통제가능성을 담은 국제법 체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가 경계를 모르는 AI를 통제하는 데 한 국가의 국내법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국제법이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 학회에서도 AI와 관련한 이슈들에 더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2025년에 대한 국제법학회의 집행부를 맡아주실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차기회장 겸 수석 부회장으로 소병천 교수님께서 정기 총회에서 선출되셨습니다. 부회장은 성신여대 권현호 교수님과 극지연구소 서원상 박사님께서 선임되셨고, 총무이사는 한양대 김병준 교수님, 연구이사는 서울시립대 이주형 교수님, 출판이사는 부산대 김경우 교수님, 국제이사는 서울대 이혜영 교수님, 학술이사는 가톨릭대 이동은 교수님, 기획이사는 사법연수원 서영민 교수님께서 담당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집행부는 한 마음으로 학회의 발전과 회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회원님들이 모두 ‘회장’이고, ‘총무이사’라고 생각하시고, 또는 ‘연구이사’라고 생각하시고 학회에 애정과 열정을 같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5년 대한국제법학회는 기존의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습니다.
3월에 ‘신진학자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10월에는 ‘제25회 국제법학자대회’를 개최하겠습니다. 국제법학자들의 참여를 통해 즐거운 학문의 향연이 펼쳐지며 학문적 연대와 우정을 다지는 시간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국제법의 미래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하며 자극적인 주제들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질문들을 감히 많이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도전받고 영감을 받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국제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Hugo Grotius가 ‘전쟁과 평화에 관한 법’(De Jure Belli ac Pacis)이라는 저서를 발간한지 400년이 되는 해입니다. Grotius의 법사상은 여전히 현대국제법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 맥락에서 Grotius의 법사상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5월 말 또는 6월 초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국제법논문경시대회’와 ‘국제법모의재판 경연대회’도 개최할 것입니다. 올해 첫 행사인 ‘Jessup Moot Court’는 2월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독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1월에 개최될 예정인 ‘제10회 해양법 국제학술대회’도 잘 준비하여 학회의 위상과 역량을 제고하겠습니다. 최근 해양법의 쟁점을 발굴하여 세계적인 국제법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국제법학회논총’을 4회 발간하고, ‘회원수첩’도 제 때에 발행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대한국제법학회 회원 여러분!
앞으로도 대한국제법학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 어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회원님들께서 주시는 한마디 말씀도 소홀함이 없이 경청하여 학회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님들의 역량과 열정이 꽃피울 수 있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3일
박병도 올림